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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砥柱中流26] 아부냐, 지조냐.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1.04.18 11:09 수정 2021.04.18 11:14

 아부냐, 지조냐.

        -소설가 정완식

 

 아부하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극명한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사회생활을 잘한다(?)는 긍정적인 평가요, 다른 하나는 권력을 따르는 내시라는 것이다. 권력자를 따르는 일은 달콤한 열매를 먹을 수 있지만 상당한 모험도 따른다. 제 아무리 고고한 지사라도 한 번의 아부에 평생의 지조를 날려버릴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권력에는 비린내를 좋아하는 파리들이 끓게 마련이다. 파리들은 권력자의 눈을 가리고 권력을 지키려면 또 다른 쇼와 눈물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민생보다는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는 길로 가게 된다. 그들을 두고 3대 매국노니 4대 금강이니 십상시니 하는 말로 비난한다. 권력자의 사람 쓰는 혜안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 혜안이란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불나방이란 놈은 빛에 비춰 자신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재주도 있기 때문이다.

 

 동양의 3대 매국노를 들라면 장방창(張邦昌), 석경당(石敬瑭), 이완용(李完用)을 꼽는다. 이완용은 워낙 유명짜한 이름이라 논할 필요도 없지만, 장방창은 송조의 신하로 금나라 괴뢰정권의 황제가 된다. 석경당은 국토 중 연운 16주를 요나라에 바치고 제후 왕이 됨으로써 매국노의 대표 격으로 비난받았다. 이들은 나라를 망친 대가로 적에게 부귀와 영화를 받았다.

 중국 내전이 빈번했던 1920년대 북양정권 시대에는 통상 상대방에게 선전포고를 하려면 이들의 이름을 썼다. “석경당, 장방창, 이완용같은 매국적”이라고 하고 ”행동은 도적인데 도의의 말로 세상을 속이니, 말을 듣고 행동을 보면 가슴 속을 보는 듯하다”는 말을 늘어놓는다.

 나라가 빚더미에 올라앉고 민생은 도탄에 빠트리고 적을 이롭게 했지만, 자신은 지갑이 두툼해진 3대 매국노를 손꼽아 보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이름들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엊그제 TK출신 국무총리, 대통령 정무수석, 대변인 등의 인사가 있었다. 면면을 보자면 경북 대구와 서울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잃어버린 표를 만회하려면 그동안 찬밥 취급했던 지역 사람을 등용해야 하지만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떨어질 지역에 출마해 소신 있다는 분장을 하는 반대급부로 장관을 받는 자, 방송에서 혀만 놀리는 자,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는 자들이다.

 저들에게 지조나 아부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 아부라면 언제든지 제몫(?) 정도를 해 줄 용의가 있는 인재들이 넘친다. 이른바 십상시들이라고 불리는 자이다.

 

 여당인 민주당 역시 뒤처질 생각이 없다. 21대 국회에 들어 많은 법률들이 부작용은 염두에 두지 않고 국회를 통과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법사위원장인 윤호중이 자랑스럽게 버티고 있었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된 그는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며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많은 국민들께서 염원하는 개혁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철 지난 추미애 전 장관식 개혁타령을 하고 있다. 특정지방, 특정학교 출신들로 채우는 게 개혁인 모양이다.

 

 장날 아낙네 악쓰듯 우기는 인재들도 참 많다. 우기기도 안 통하면 일단 울고 볼 일이다. 국사를 논하는 자가 눈물이나 짜대고 감성 팔이를 하니 정치판은 신파극이 돼버렸다. 억지로 낙루하는 정치인만 걸러도 아부배의 반은 판명할 수 있다.

 

 한때 대권후보 1위였던 여당 대표가 물러나며 한 말이 화제다. “죽는 한이 있어도 대통령을 지키겠다. 배신할 수 없다.”

 아부든, 충성이든 상관없지만, 정권을 떠받치는 4대 금강 중 한 명으로 보이는 그 사람다운 말이다. 2천조 원 국가채무시대의 기초를 닦은 전 국무총리가 기울어지는 왕조와 운명을 함께 하겠다니 말 속에 숨은 뜻이야 국민이 판단하면 된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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