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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砥柱中流19] 尸位素餐을 歎한다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1.02.28 11:11 수정 2021.04.04 13:41

 尸位素餐을 歎한다

             -소설가 정완식

 

 과거 중국에서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혈맥을 이은 아이를 신위에 앉혀놓고 제사를 지냈다. 신위에 앉은 아이가 시동(尸童)인데 그 자리가 시위이다. 철모르는 아이가 조상대접을 받는 것처럼 능력이나 공적도 없으면서 높은 자리에 앉아 밥만 축내는 행위를 시위소찬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무슨 관료, 무슨 의원 따위 직책의 반수 이상이 이런 시위소찬자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트린 것도, 경제가 안 좋은 것도 모두 코로나의 책임이라고 자신에게 오는 손가락질을 피해간다. 질병관계 공무원은 1년 동안 감염자 숫자만 발표하며 아무런 조치도 없더니 승진까지 했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을 죄인 취급하며 허송세월하다 이제 겨우 후진국도 다 맞는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게 한다. 세계 103번째이다.

 

 연초에 구미시장은 “2021년 경제운영 목표는 수출 270억 불, 생산 43조 원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V자로 반등할 것”이라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또 “신축년 새해에 코로나19 대비 탄탄한 감염병 대응체계… 운운…대규모 국책사업을 필두로 구미 산업경제 구조를 재편하고…운운…경기 회복을 이끌어 시민들의 체감경기를 향상시키는데……”라고 했다. 부디 구호로만 끝나지 않기를 진정코 바랐다.

 

 그로부터 열흘도 지나지 않아 유흥음식업 경북지회 회원들이 집합금지 중단조치 촉구 기자회견을 구미시청 앞에서 열었다. 호소문을 낭독하고 삭발로 항의를 표시했다. 이날 항의는 특정 업종이었지만 누구나 동감할 정도로 시민의 삶은 절망적이다. 2020년에 공단 근로자 수는 전년 대비 2천9백 명이 줄어들었다.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딸을 4층에서 던지고 투신하거나, 세 살 딸을 방치해 굶겨 죽이는 등 구미가 아동살해의 성지(?)라는 명예를 획득했다. 모두 올해 들어 발생한 구미지역 최악의 사건이다. 그리고 인권변호사인 대통령과 현 시장의 임기 1년여를 남긴 시점에 발생한 일이다.

 

 구미가 몰락한 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수도권 공장 규제를 풀어 구미가 아닌 파주에 LG LCD 공장 신설을 허가해주면서 구미에 12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가 불발된 것이 치명적이었다. 1988년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를 개발한 곳, 애니콜 신화를 만든 곳이 구미였다. 그런데 구미공단 50년 기념행사 영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빠지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영상만 나왔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 소위 ‘자취생시장’을 뽑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아닌가라는 생각이든다. 그동안 보따리만 싸들고 돌아와 특정 정파의 비호 아래 따뜻한 자리에 앉으니 구미야 망하든 말든 결국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지... 오죽하면 제발 현상유지만이라도 하라는 게 시민들의 소원이 되었다.

 

 작년 말, 구미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해외 사업장을 둔 구미 제조업체 중 95.6%가 복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집 나간 자식도 안 돌아온다는데 누가 투자를 할 것인가? 올 초에 조사한 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는 75.5%가 반대한다고 했다. 사고가 나면 기업주만 징역을 살리면 전문경영인도 헤쳐나가기 힘든 기업 환경을 과연 누가 경영하겠는가? 훈수만 두던 자가 선수가 되어 판을 망치면 처벌제일주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다.

 

자신의 입으로 떠든 정책이 실패했을 때, 책임을 지지 않는 위정자가 바로 시위소찬하는 식충이다.

 올해, 뉴딜이니 스마트니 온갖 형용어와 외래어로 떡칠한 표어정책을 거창하게 발표했으니 관심있게 지켜볼 예정이다. 그러나 전국체전을 하는 도시가 도로개장 예산마저 못 구하는 처지에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의심부터 든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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