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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砥柱中流15] 삼성의 곤란은 경제의 먹구름이다.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1.01.24 11:31 수정 2021.04.04 13:40

삼성의 곤란은 경제의 먹구름이다.

                             -소설가 정완식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반도체 등 전자산업의 혈투가 벌어지는 지금, 세계 굴지의 전자회사의 최고경영자가 구속되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최씨의 딸 정유라에게 승마훈련 비용과 미르·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명목으로 총 298억2535만원을 준 혐의다. 이재영 부회장 측에서는 승마 국가대표 선수였고 삼성전자 승마단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지원문제는 당연한 것으로 보았다.

 

 이 재판은 연기를 거듭하며 4년간을 끌면서 거의 1년간 구속수감과 석방을 되풀이하며 골병을 들이다가 결국 구속으로 귀착됐다.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반도체 굴기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 시도였다. 그 결과 2019년에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벌어지고, 2019년에는 화웨이와 계열사 규제, 작년에는 화웨이 공급 금지법안을 적용했다. 현재 중국은 제제를 당하고 있지만 기술력 향상과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한국과 중국간의 반도체 장비 기술격차는 1, 2년으로 좁혀 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향후 3년에서 5년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시대적 배경 때문에 국민들은 삼성의 최고경영자 구속을 우려로 바라보는 한편, 삼성의 인재 유출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이재용만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기업이다. 1970년대 구미는 전자업계의 선두주자였던 금성의 본바닥이었다. 학창시절에 금성사로 견학을 가 TV 제조공정을 보기도 했다. 흑백TV가 널리 보급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여로』라는 연속극을 비롯해 김일, 홍수환, 차범근의 시합은 TV보급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TV는 금성과 삼성, 대한전선의 3파전이었다. TV뿐만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시장은 혈투였다. 포철에서는 냉연강판, 냉연아연도금강판 등을 생산해 뒷받침을 해주었다. TV의 경우 선발주자는 금성이었지만 아무래도 대구와 경북은 삼성 이코노TV가 우위를 점한 것으로 기억된다. 삼성은 수십 년 동안 경상도를 넘어 국민이 키운 역작이자, 이제는 국가대표 기업이 되었다.

 

 현재 국가 간의 전쟁은 총칼이 아니라 기업을 앞세운다. 국가는 해외에서 경쟁하는 기업을 위해 법도 바꿔주고 관세를 조정하며 경쟁에서 승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은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을 환원하며 국민경제를 성장시킨다. 2019년 기준, 삼성전자의 국가경제 공헌도는 2위에서 4위 기업을 합친 것보다 높았고, 삼성그룹이 벌어들인 외화는 수백 조원에 달한다.

 

 지난주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57.5%가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구속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구속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4.3%였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 나아가 나라의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휘관이 투옥된 시점에서 삼성은 경영불안과 키워놓은 인재들의 앞날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따라잡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국이 즐거워할 일이 되어버렸다.

 

 어린애처럼 질질 짜는 정치인은 영웅이 되고 땀 흘려 일하는 기업인은 역적이 되는 세상이다. 반도체 전장에서 지휘하는 선봉장을 감옥에 가두니 적은 통쾌해서 박수를 치고 있다. 장수의 목을 쳐서 적에게 평화를 구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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