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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砥柱中流13] 새해에 맞는 어려움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1.01.10 10:45 수정 2021.04.04 13:39

새해에 맞는 어려움

             -소설가 정완식

 

 지난 7일부터 며칠간 혹독한 추위가 몰아닥쳤다. 밤새 내린 눈이 얼어붙은 데다 바람까지 몰아닥쳐 체감온도는 영하 15도를 밑돌았다. 소한다운 날씨였다.

 

 늦가을이면 활엽수들은 잎을 떨어트려 겨울을 준비한다. 그러나 늘 푸른 잎에 눈송이를 안고 늠름하게 파란 하늘로 솟아 올라간 소나무와 잣나무는 겨울을 개의치 않는다. 밖에 나가보면 새하얗게 서릿발을 머금은 소나무의 침엽은 과연 빛깔을 잃지 않고 있다.

 

 몇 년 전에 심은 소나무가 풍상을 겪으며 제법 어른 다리만큼이나 굵어졌다. 두어 번 옮겼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난 게 기특해 곁의 축대 바위에다 전각으로 설송남아기(雪松男兒氣), 상백군자절(霜栢君子節)이란 글귀를 새겨 주었다.

 

 『논어』 자한 편에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라하여 세밑의 한파를 맞은 후에 송백이 늦게 시듬을 안다고 했으니 송백의 이미지는 선비의 절개였다.

 

 추사 김정희는 「세한도(歲寒圖)」 발문에 이 대목을 넣었다. 「세한도」는 추사가 제주도에 유배 중 59세에 제자 이상적에게 주려고 만든 작품이다. 모든 이들이 정치범이 된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모른 척할 때 제자인 역관 이상적만은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중국에서 구한 서적과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에 추사는 「세한도」를 그린 후 오른쪽 하단에 장무상망(長毋相忘)이란 한장(閑章)을 찍었다. 서로 오랫동안 잊지 말자란 뜻이다.

 불우하고 고독한 유배시절을 보내며 추사는 추사체라는 독창적인 서체를 만들어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는 닥친다. 풀은 봄에 피어나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지만 가을이면 겨울을 맞으려 뿌리만 남고 모두 시들어 버린다. 꽁꽁 얼어버린 동토에도 뿌리는 살아남아 다시 찬란한 봄햇살을 맞을 고통을 인내한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득부고원초송별(賦得古原草送別)」이란 시에서 풀을 읊었다.

野火燒不盡 들불도 다 태우지 못해

春風吹又生 봄바람 불면 또 돋아나네.

 고난을 맞을 때, 피하지 말고 다시 꽃피울 시절을 준비하는 식물의 슬기로움을 보자. 고난은 누구나 겪는다. 고난 속에서 어떻게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내일의 모습이 달라진다.

 

 신축년 새해를 맞았지만 나라와 국민은 코로나 때문에 암담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친구마저 만날 수 없고 가족끼리 마음 놓고 식사도 못하는 시대이다. 자영업자는 영업을 금지하는 당국의 조치에도 목숨을 걸고 대항한다.

 

 그야말로 난세이다. 난세에 새해 벽두부터 몰아친 강추위는 마음마저 얼어붙게 만든다. 경제도 얼어붙고 삶은 절벽에 섰으니 서민은 도저히 살아갈 엄두가 안 나는 겨울이다. 이보다 혹독한 겨울이 언제 있었던가?

 

 신축년 새해를 맞으며 닥친 추위를 맞아 송백의 기질로 이겨내든, 가을에 시들어도 뿌리는 살아있는 풀의 슬기를 본받든지 이겨내야 한다.

 

 따뜻한 봄은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니.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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