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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砥柱中流11] 막수유(莫須有)란 죄명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0.12.27 10:58 수정 2021.04.04 13:38

막수유(莫須有)란 죄명

                     -소설가 정완식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현 집권세력은 갖은 법적 요소를 다 동원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징계이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진술서 등을 통해 모든 동원 가능한 법적인 죄목을 나열했다. 대부분이 넘겨짚기나 1인칭 상상력에 가깝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24일 늦은 시간, 법원에서 윤석열은 검찰총장의 직무정지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는다.  

 

 중국 송나라의 장군 악비(岳飛)는 악왕(鄂王)이라 불리며 한족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악비는 삼국시대 관우와 더불어 무인의 쌍벽을 이루는 사람이며 금나라의 침입에 맞서 싸웠지만 간신배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충신에게 따르는 비극적 결말의 극적인 요소를 갖추었다.

 

 영웅이고 보니 그에게 붙은 설화들이 후대의 창작이란 설도 많고 뛰어난 시인으로서 남긴 시도 명나라 시대의 창작이란 말도 있다. 그런 전설들은 차치하고라도 그가 간신 진회(秦檜)에 의해 억울한 죄목을 쓰고 죽은 것만은 사실이다.

 

 남송의 재상 진회는 금나라와의 주화론자이며 중앙정치의 중심이었다. 한세충, 장준, 악비 등 주전파 군벌들의 전공도 못마땅할 뿐만 아니라 금나라와의 화의에 대단한 걸림돌이었다. 당시 송나라는 정강의 변으로 휘종, 흠종을 비롯해 진회와 신하들이 금나라에 포로로 끌려간 사건이 있었는데 진회는 무사히 남송으로 돌아왔다. 이후 진회는 당연히 금나라와의 화의에 힘쓰게 되니 주전파 무장들과 정견이 대립하게 된다.

 

 진회의 법망은 악비에게 향했다. 악비는 반역의 누명을 쓰고 처형당했다. 같은 군벌인 한세충이 항의하자 진회는 막수유(莫須有)라는 죄목으로 대답했다. 막수유는 ‘아마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는 말로 해석된다. 악비에게 아마 반역의 음모가 있었을 것이다는 죄명이다. 한세충이 진회를 보며 강변한 대목이 지금과 같다.

 

“막수유 세 글자로 어떻게 천하를 설복하겠소!”

 

 윤석열 총장에 대한 추미애 장관의 6대 죄목을 보자.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한 만남, 재판부 사찰, 한동훈 사건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손상, 감찰조사 비협조 등이다. 대개의 경우 다툼이 있다가 소명되었는데 가장 골계스러운 것은 정치적 중립 손상이다. 대권후보 여론조사 1위에 올랐는데 빼달라는 등 시정하지 않고 묵인 방조했다는 것이다. 대검 국감에서 “퇴임 후 국민에게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 보겠다”는 말도 문제 삼았다. 이쯤에서 막수유는커녕, 필녀의 모습조차 연상되지 않아 폭소마저 터지게 한다.

 

 심재철 국장의 진술서 내용은 “윤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권력을 통제 없이 무제한 행사할 것, 군부독재보다 더 무서운 검찰독재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미래의 예측을 진술서라고 내놓았다. ‘아마 뭐를 할 것이다.’ 막수유보다 더 희한한 죄목이다.

 

 윤석열이 죄가 있다면 당연히 뒷받침 되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징계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절차를 지켜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어떻게 천하를 설득하겠는가.

 

 어머니 요씨(姚氏) 부인이 아들 악비의 등에 정충보국(精忠報國)이란 문신을 새겨준 일화가 있다. 후대의 창작이란 설이 많지만 악비는 무식하지만 충후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만은 분명하다. 추미애 장관의 아들의 탈영사건과 연루되 한바탕 홍역을 치뤘으며,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딸의 의전원 진학을 위해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지난 23일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충신을 죽여 적에게 꼬리를 흔든 진회는 악비의 사당 앞에 무릎이 꿇려진 청동상으로 다시 태어나 1천 년간 사람들의 침 세례를 받고 있다. 막수유란 세 글자의 죄명은 천고에 씻기지 않을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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