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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자수첩> 구미시청 계장의 변(辯)

임호성 기자 입력 2020.11.09 22:58 수정 2020.11.09 23:27

기자는 9일 오후 2시 20분 경 구미시청 계장과 만났다. 그것은 며칠 전 포항시청의 한 공무원과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기사 취재가 있어 포항시청의 담당계장을 만난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예산 문제가 나왔다. 예산이 없다는 포항시청의 계장에게 ‘포항은 2020년 당초 예산이 2조원을 넘었다’고 말했더니 그 계장이 ‘구미시도 2조원 정도 돼죠’라고 되물었다. 할 말이 없던 기자는 ‘2조원 조금 안되는되데...’라고 얼버무렸더니 계장이 ‘1조 7천억 8천억’이라고 다시 되물었다. 기자가 ‘구미시 2020년 당초 예산은 1조 2천 6백억원이다’라고 말했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경주보다 작은 예산이네요’라고 포항시청의 계장은 말했다”

 

예산으로 씨름하고 있는 구미시청 계장에게 미안하지만 이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구미시청의 계장은 “예산은 그렇게 볼게 아니다. 경북도의 예산 1위, 2위, 3위는 늘 포항과 경주 그리고 구미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주와 포항 같은 경우는 땅이 구미보다 넓고 특히 경주 같은 경우는 문화재가 많아서 예산이 많다고 했다. 물론 그의 말은 맞다. 또한 그는 예산은 “지방세가 많아야 국비와 도비가 합쳐져 예산이 많게 존재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구미시와 김천시의 2020년 당초 세입총괄표를 살펴보자. 김천시의 경우 9,825억의 세입중 지방세수입은 불과 9.36%인 920억 원에 불과했다. 지방교부세는 3,740억 원으로 38.07%를 차지했다. 그리고 2,790여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 28.40%를 차지한다. 세 항목을 더하면 약 76%에 가까운 수준이고, 지방교부세와 보조금을 합치면 66%가 넘는다.

 

구미시의 2020년 당초 세입총괄표에 의하면 1조1,252여억 원의 세입 중 지방세수입은 3,517여억 원으로 31.26%를 차지했다. 또한 지방교부세는 1,168여억 원으로 10.39%, 보조금으로는 39.55%인 4,450여억 원을 받았다. 세 항목을 더하면 약 81.2%에 가깝다. 구미시는 지방교부세와 보조금을 합쳐 50%도 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이해가 가지 않은 상황이다. 세입에 나타난 지방세의 수준 차이는 김천과 구미의 경우 구미가 3배 이상 높다. 계장의 말처럼 지방세가 많아야 예산이 많다는 말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천과 구미의 당초 세출예산은 불과 2천 5백여억 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기자의 애초 방문 목적은 구미시민들이 예산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예산을 더 많이 따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일환으로 각 과마다 예산을 수립, 목표를 정해 그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예산을 수치로 추정하여 목표치로 내세운 다는 것은 무척 어려울 수 있지만, 그러나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공무원들은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 계장은 “바닷가와 면한 곳은 예산이 많다”라든가 “문화재가 많은 곳은 예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 “면적이 넓기 때문에 예산이 많다”라는 등 핑계 거리를 계속 해서 말했다. 그렇다면 구미시(615㎢)보다 면적이 두 배에 가까운 의성군(1,175㎢)은 왜 5,700여억 원의 예산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 계장도 답답했겠지만 기자도 답답했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일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는 말을 하고 나왔다. 물론 예산으로 힘들어 하는 담당공무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더 많은 예산을 타기 위해서는 구미시민과 공직자, 선출직 공직자들이 힘을 합쳤을 때 더 큰 예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 국회의원이 중앙정부로 관계기관으로 찾아가고 노력하면 뭘 하겠는가? 그들의 뒤를 받쳐줄 공무원이 계속해서 핑계와 구실을 찾는 현실 앞에서 우리 구미의 예산이 제대로 설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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