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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농촌

3> 고아(高牙),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2)

임호성 기자 입력 2020.10.28 09:58 수정 2020.10.28 10:33

고아(高牙) 천년의 향기, 통합신공항 시대 구미의 중심을 꿈꾸다!

3> 고아,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2)

 

↑↑ 야은 길재 선생 생가터 옆 바위에 새겨진 선생의 시

고아는 길 위에 있다. 그 길의 노정(路程)이 어떻게 변할지는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하며, 최종적 선택은 그 사람들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법칙이다. 고아읍에 사는 사람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의 노정 끝은 새로운 획기적인 변수인 통합신공항 시대에서 고아읍이 제대로 된 역할을 찾아 구미의 변방이 아닌 중심, 지나쳐가는 길이 아닌 모이는 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노정을 찾기 위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 고아읍 박우식 전 체육회장

또 다시 나선 길에서 박우식(토박이 70세) 고아읍 전체육회장을 만났다. “고아(高牙), 뜻은 참 좋아요. 이름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수면위에 올라왔다가 최근 잠잠해졌어요. 저는 우리가 사용하는 이름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냐고 생각해요”라며 웃는다.

 

계속해서 그는 “(체육시설 중에는) 시니어 파크가 가장 최근에 지은 시설인데, 체육관과 실내, 실외 게이트볼 구장이 각각 1곳이 들어왔어요. 인구로 따지면 문성리나 원호리에 비해 밀리지만, 김봉교 전도의원이 소도읍 정비사업 예산을 따와서 설치했어요”라며 자부심 있게 말한다. 그러면서 “도농간 화합으로는 스포츠만한 게 없는데 예산이 문젭니다”라고 덧붙인다. 아울러 “우리 고아 소재지 인근 마을을 살펴보면 50대 이하 인구가 별로 없어요. 농사짓는 분들도 60대가 가장 젊어요. 우리 동네만 해도 특수 작물을 많이 했는데, 요즘엔 많이 줄었어요. 우리 마을에 비닐하우스가 예전에는 600여 동이었는데 현재 120여 동 수준으로 줄었어요”라고 말하며 줄어든 비닐하우스 면적만큼 벼를 재배한다고 담담히 밝힌다. 고아의 농촌 지역 현실 얘기다.

 

박 전회장은 “통합신공항이 놓이게 되면 고속도로나 KTX와 연결선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해요. 하루빨리 통합신공항이 이루어져 우리 고아가 배후도시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면서 “경로당을 좀 더 확장해서 혼자살고 있는 노인들이 경로당에 나와 함께 살아가는 거주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라고 말한다. 노인들의 고독사 등을 예방하자는 말이다. 고아읍에 도시와 농촌의 바람이 한데 섞인다.

 

↑↑ 추수가 거의 끝나가는 횡산리의 논밭

오로리를 지나 파산리, 신촌리 넘어 있는 횡산리로 방향을 바꾸었다. 논자락은 가을걷이가 막바지로 넘어가고 있었다. 횡산리에서 한 농부를 만났다. 그는 횡산리에 80여년이 다되도록 살았다고 말한다. “저기 봐요. 농사지을 땅에 우사와 태양광이 들어 선 거를요. 저야 이제 죽으면 그만이지만... 농사지을 땅이 저렇게 잠식되는게 문젭니다. 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며 악취나 환경에 관계없이 여전히 논에서는 나락이 나야 한다는 촌로의 믿음을 말로 전한다. 태양광은 자기 논에 경작을 한 농민에 대한 예우, 즉 국가의 방침이라고 전한다. “버스도 33번 국도 쪽에는 자주 들어오지만 이쪽으로는 거의 안와요”라면서 대중교통의 불편함을 이야기 하며 “자식들은 대처에 살고 있는데 농사가 내가 마지막일 것 같아요”라며 헛헛이 말한다. 우리세대는 고향을 잃은 유민의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과 겹친다.

 

↑↑ 농업경영인회 이재춘 회장이 벼를 베고 있다.

횡산리에서 나와 다시 읍사무소로 갔다. 거기서 이재춘 농업경영인 고아지회장을 만났다. 그는(47세) 고아 횡산리에서 나고 자란 젊은 농부였다. 자기 논과 임대 등을 합쳐 2만여 평의 논에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 셋 키우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도 말한다. “벼농사는 밭농사와 달라요. 요즘 같은 수확기나 모내기 때 바쁘다가 모를 심어 놓고는 한 번씩 풀베기와 논물만 봐주면 됩니다. 농산물 특히 벼농사는 거의 대부분 한마지기(200평)에서 40kg 들이 12가마니에서 14가마니가 납니다. 예전보다 농사기술과 볍씨 등이 많이 좋아졌어요”라며 담담히 말한다. 그는 1998년부터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현재 고아지역의 농업경영인회는 72명이 단체에 속해있고 정부에서 자금을 받아 경영인으로 선정된 단체라 밝힌다. 회원들도 벼농사와 더불어 토마토, 메론, 감자, 오이 등의 특수 작물을 짓고 있으며, 연동 재배 등을 통해 집약적인 농사를 짓고 있다고도 했다. 김천보다는 늦었지만 샤인머스켓도 짓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 회장은 “구미의 중심은 고아라고 얘기를 하는데 솔직히 읍사무소 근처에 변변한 식당하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며 “참 안타까워요. 통합신공항이 잘 진행돼 고아가 예전처럼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구미, 그리고 구미의 중심 고아가 되길 바랍니다”며 차분히 말한다. 그의 말처럼 누구하나 소외 받는 사람이 없는 고아와 구미가 되길 바란다.

 

↑↑ 새마을문고 노남경 고아분회장

다시 문성리로 나왔다. 노남경(53세) 고아읍 새마을문고 분회장을 만났다. 그의 고향은 영천이며 고아에 들어 온지는 8년 정도 됐다고 밝힌다. 가장 최근(1편에서 만난 젊은 분을 제외하면)에 고아에 들어온 분이다. 노 분회장은 애들이 책을 좋아하다보니까 도량 새마을문고에서 봉사한 것이 고아읍 분회장이 된 배경이라 설명한다. 그는 고아의 첫 인상에 대해 “고아에 처음 들어와 보니까 도량동과는 다르게 읍이라는 곳이 생소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시골도 아닌데 제 선입견이죠“라며 웃는다.

 

노 분회장 그는 “농촌지역에 있는 분들이 인심도 좋고 순박해요. 저는 분읍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데, 같은 고아로 묶여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또한 제2농공단지가 하루 빨리 들어와 상권도 키우고, 통합신공항이 제대로 들어서 고아가 많이 발전하길 기대해요. 고아읍사무소에 들어가다 보면 ‘희망의 고아, 구미의 중심’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저도 좋아하고 그 말을 자주 써요. 구미시가 더 발전해서 시청을 옮긴다면 고아쪽으로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며 숨김없이 말한다.

 

“고아읍내에 8개의 작은 도서관이 있어요. 예강리를 제외하면 모두 아파트 내부(관리사무소)에 있어요. 대부분 초등학생이 고객인데 예강리 같은 경우 초등학생이 거의 없다보니까 어르신들 이상이 대상입니다. 몇 년 전에 읍사무소에 문고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책도 기증 받는 등 준비를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어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문고가 되도록 활성화 방안을 모색 못한 것이 안타까워요. 그리고 어르신들은 거동도 불편하고 이동 수단도 없다보니 움직이시는게 불편해요. 우리 문고도 찾아가는 서비스가 이루어졌으면 해요”라고 말하는 그는 5년째 고아읍 문고 분회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자녀가 책을 좋아하다보니 문고 분회장까지 맡았다는 노남경 분회장, 그녀의 꿈이 꿈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모두가 바라는 현실이 되길 바래본다.

↑↑ 고아읍 송재순 주민자치위원장

송재순 고아읍주민자치위원장(62세)이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1970년대 후반에 구미에 왔어요. 완행버스를 타고 구미에 왔는데, 구미도 공단 지역을 제외하면 제가 떠나온 것 같이 촌이더라고요”라며 웃으면서 말한다. 그의 고향은 강원도 정선이다. 막내다보니 부모님과 함께 현재 문성에 집을 얻어 출퇴근을 했다면서 구미와의 첫 만남을 얘기한다.

 

송 위원장은 “주민자치위원회는 올 6월 발족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만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위원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엘지 주부배구대회 등을 보시면 잘 알겠지만 우리 고아읍민들이 뭉치는 힘은 아주 강해요. 주민자치위원도 30명의 위원을 선임할 수 있지만 15명의 위원으로 출발했어요”라고 말하면서 그때그때 가서 위원을 선임할 것이라 했다. 규모를 넓히는 것에 자신 있어 한다. 그는 그만큼 고아읍을 믿는 다는 뜻이다. “주민자치위원회의 할 일은 고아읍 주민 누구하나 소외되는 분 없이 모두 잘 살게 하는 것 아닙니까? 아파트 주민들과 자연부락 주민들이 다함께 어울리는 장을 마련해야겠다는 각오로 김용보 읍장님을 비롯해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찾아가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고아(高牙)라는 이름은 나이 드신 분들은 바꾸는 것에 반대를 많이 하시는 것 같고 젊은 사람들은 개명을 원해, 서로 합의점을 찾는 등 시도를 했지만 실패 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름이 무슨 관계가 잊는지 기자에게 되묻는다. 송 위원장은 “예전에는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기업이 잘나가는 기업이었습니다만, 이제는 자기만의 기술을 가진 기업이 살아남게 됐습니다. 구미 기업들도 강소기업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통합신공항이 들어서면 고아읍이 허리 역할을 넘어 말 그대로 구미의 중심이 되길 바랍니다”라면서 고아의 희망을 얘기한다.

 

위원장의 임기는 2년이라 말하는 송재순 위원장, 이미 머릿속에는 주민자치위원회가 할 일들이 정리되어 있는 것 같았다. 맡은 바 책무에 최선을 다하는 송재순 위원장, 이런 분이 구미를 키우고 오늘의 고아를 만든 분일 것이다. 이러한 분들이 많다는 것에서 길위에 선 고아읍은 외롭지도 않을 것이며 고아의 희망이 밝아 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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