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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砥柱中流38] 지방자치 단체장의 호족화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1.08.30 18:03 수정 2021.08.30 18:29

지방자치 단체장의 호족화

                     -소설가 정완식

↑↑ 비내리는 월암서원에서...

얼마 전에 후배들과 술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며 들은 의견에서 '불과 3년 차이임에도 놀랄만한 시각'의 이질감을 느꼈다. 후배의 이야기인즉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돈을 많이 벌었다면 왜 국민에게 나눠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돈을 나눠 줘야 되는지 묻자 지금의 재난지원금처럼 국민에게 일일이 나눠주면 된다며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했다. 50대 중반 대졸자의 사고방식이다. 외손자 볼 나이가 된 놈을 두들겨 팰 수도 없어 같은 세대인 나도 아주 민주적으로 설명해줬다.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너는 국가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가는 돈을 들여 학교를 세워 너를 공부시켰고, 병원을 세워 너의 병을 치료했다. 무기를 사서 네 가족들을 적으로부터 지켜 주었다. 꽤 많은 돈을 주었는걸. 삼성, 금성, 포철, 한전이 번 돈을 국민에게 모두 나눠 주면 그날 하루 잔치하고 끝나지 않겠나?”

 

사회의 중추를 담당하는 4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세대는 민주화라며 어깨를 으쓱거리지만, 20대 시절의 치기를 못 벗어나고 있다. 50년대 생들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가 대학을 나왔고 그 학비의 원천은 농사에 허리가 휜 아버지의 빚이나 전선이고 외국이고 가리지 않고 누빈 형들의 월급이었다. 일부 586은 공부를 많이 한 덕분에 얄팍한 정의감으로 철없이 떠들어도 사회 전체가 용인하고 넘어갔다. 도움만 받다 보니 당연한 권리처럼 생각되어 교만한 인성을 키운 건 물론, 자신들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자기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아버지와 형의 세대 비판에 앞장서며, 기업가를 악으로 규정하고 노동자의 편에 서서 방패막이가 되는 척하며 그들을 이용했다. 기업가는 이 땅을 떠나고 노동자는 파업을 해도 귀족이 되어 버렸다.

또한 586은 공부는 뒷전이라 자신의 전공과목 용어마저 모를 정도의 지성에 속된말로 ‘입만 보살’인 헛똑똑이였다. 일부는 북한의 지시를 받는 꼭두각시가 되어 골수 주사파가 되었다.

 

그들이 나이를 먹어 나라를 이어 받았다. 경제건, 행정이건, 법이건 알 길이 없으니 제 마음대로 국정을 주무르고 회복할 수 없는 단계가 되어도 그저 언론의 입만 막으면 되는 줄 안다.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서슴없이 꾸며대고 자신만 옳다는 독선에 빠져 반대하면 적폐로 몰고 있다.

 

문제는 후배의 사고방식에서 보듯 그 세대의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과 밀접한 경제는 망쳐 놓고 보통사람이면 평생 만나볼 일도 없는 검찰을 개혁한다느니, 언론자유를 외쳐놓고 입장이 바뀌니 탄압하는 일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그 세대는 변변히 국방의 의무를 제대로 한 운동권도 별로 없었다.

 

그들은 이제 탄탄한 호족세력으로 뿌리를 내렸다. 부모나 형의 세대에게도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부어 댄다. 혹시 임명권이 있는 자치단체장이라도 되면, 제멋대로 자기사람 심기에 바쁘다. 중앙에 있는 또 다른 “그들”은 권력자를 둘러싸고 제멋대로 정책을 내놓는다.

 

이들의 세 치 혀에 나라가 망하거나 동강 날 위기에 처했다. 광역 지사나 다선 국회의원은 그 지역에 군림하는 당나라 시대의 절도사에 해당한다. 우매한 자가 왕이 되면 절도사나 군벌이 벌떼처럼 일어나 결국 나라가 망하는 공식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허수아비보다 멍청한 집권자와 아부하는 무리들과 동조하는 586같은 세력이 있음에랴.

 

현재의 현상은 후삼국 시대와 같다. 북쪽의 북한이 있고 남쪽에는 각기 지방을 차지한 호족들에 의해 사분오열할 위기에 놓여있다. 영호남은 서로가 외국이라며 손가락질한다. 이렇게 나라를 갈라놓고 여론조작을 위해서는 오랑캐들의 손가락마저 빌리고 있다고 한다. 훗날 역사가들은 멀쩡한 나라를 제2의 후삼국으로 몰고 간 나를 포함한 586의 등에 반역자의 낙인을 찍을 것이다.

 

흐트러짐은 쉬우나 그것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우리는 왜 그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내주었을까?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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