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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砥柱中流33] 표류하는 구미의 현실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1.07.25 10:54 수정 2021.07.25 12:02

표류하는 구미의 현실

                    -소설가 정완식

 

구미상공회의소의 기초지자체 수출 상위 지역 경제지표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구미는 아산에 비해 수출액에서 1/3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산의 반도체 수출액은 365억 달러로 2013년 구미의 최고 수출액(369억 달러)과 비슷한 실정이다.


국가산업단지 면적은 구미가 약 2배 이상, 인구는 10만여 명이 많은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고용인원 역시 구미가 8만5천여명인데, 아산의 3만7천에 비해 2.3배 많지만 구미는 2021년 현재(7월25일) 16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에 가까운 품목으로 앞으로 2030년까지 510조가 투자되는 수도권 K-반도체 벨트가 형성되면 구미경제는 전망이 암울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경제의 수도권 집중은 시대적 대세라고 푸념만 늘어놓을 것인가?

 

지난 5월에는 애플의 국내 중소기업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와 개발자 아카데미 등 총 650억 원 규모의 사업를 유치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애플 공급사를 비롯 모바일 관련 중소기업 백여 곳이 있는 모바일 제조 도시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유치하는 데 실패하자 낙제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미시는 지난 2월부터 유치에 뛰어들었다, 부산 정도가 경쟁했지만 뒤늦게 포항과 창원이 가세하며 유치전이 치열해졌다. 그 과정에서 포항은 경북도와 충분히 협의한 반면, 구미시는 협력을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들과의 협력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보도에 의하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회의원(구미갑)은 사전 협의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고,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회의원(구미을)도 포항으로 잠정 결정된 후 협조를 요청받아 책임회피를 위한 제스처로만 보인다.

 

장세용 시장의 무능함 때문이든, 자신감에 의한 공명심 때문이든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분야를 실패했다. 더욱이 불통이 한 원인이 되어 구미의 중심산업인 모바일 산업분야를 철강도시에 빼앗겼으니 입이 백 개라도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 와중에 이 사업의 중심이 돼야 할 경제기획국장이 분란을 일으킨 끝에 해임됐다. 작년 10월에 개방형 직위 공모로 임명된 전 한국스마트제조융합기술협회 회장이 지역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비판을 받으며 경제기획국장으로 왔지만, 본업인 애플의 제조업 연구개발 지원센터와 개발자 아카데미 사업 유치는커녕 시의회와 갈등만 빚다 사표를 내고 해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구미시의 경제기획국장은 기업유치가 첫 번째 임무이며, 고용증대가 두 번째 임무인데 업무파악은 제대로 안 하고 표어정책만 나열하다 시의회의 호된 질타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를 통한 경제전문가의 수준이 이럴진대 무슨 수로 경제를 살리며, 무슨 수로 구미의 미래를 이야기하겠는가. 대구와의 취수원 이전 문제에서도 시장은 ‘시민들 뜻대로’라는 애매한 입장만 내놓았다. 시민들이 2028년까지 대구취수원을 해평취수장으로 이전하는 정부안을 반대하며 분노로 들끓어 오르는데도 한발 뒤로 뺀 채 소극적인 모습만 비춰지고 있다.

 

신공항 배후도시로 발전해야 할 해평이 상수원 보호구역에 묶일 경우 개발에 제한을 받아 앞길이 암담해진다는 우려에 대해 행정은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유치에 실패한 애플의 모바일 사업에 관해서도 솔직한 고백을 통해 향후 유사한 프로젝트 유치에서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잘되는 일에는 숟가락을 얹고, 잘못되면 흐지부지 덮어 버린다면 구미를 망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는 인상밖에 더 주겠는가.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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