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칼럼> 해평 취수장 사태와 자기 정치하는 사람들

임호성 기자 입력 2021.07.20 08:42 수정 2021.07.20 08:45

해평 취수장 사태, 이는 가까이 잡아 지난해 11월 6일 해평면에서 환경부 주최 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설명회가 무산됐을 때, 그때라도 확실한 대책을 세워나갔어야 했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7개월이 지나는 동안 구미시와 구미시의회 등에서는 TF 팀 구성 등 새로운 대책 조차 세우지 못한 채 반대뿐인 반대만을 주장하다, 지난 6월 24일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에서 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이 통과 됐다.

 


대구 취수원이 왜 해평 취수원의 물을 공동으로 이용하려 하는가? 그것은 지난 1991년 페놀사태의 영향이 가장 크다. 대구시민들은 당시 페놀사태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그 트라우마에 대한 대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대구 정치권은 생각했을 것이고, 그것이 이번 해평 취수장의 사태를 불러일으키게 됐다고 판단한다. 구미는 대구만큼의 절박함도 없이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또한 6월 24일부터 7월 14일, 구미코에서 낙동강통합물관리 지역설명회가 열리기 전까지 구미시 등에서는 여론조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실행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뭘까? 아울러 구미시에서 공정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면 결과는 또 어떻게 나타났을까? 그 여론조사 결과대로 찬성이 많았다면 구미가 대구 취수원을 받아들이는 전제 하에서 여러 조건을 제안해야 했다. 또한 반대 여론이 많았다면 원천무효라고 선언하면 됐다. 여론조사 등 주민의 여론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14일 당일에서도 한정애 환경부장관 등이 주장한 말이다.

 

설명회가 진행되던 당일, 설명회장 밖으로는 두 편으로 나뉘어진 구미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한 쪽은 고아읍, 도개면 등의 시민을 위시한 반대추진위원회의 집회였으며, 다른 한편은 해평면민들이 주축이 된 취수원 찬성 기자회견장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설명회장에서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펼쳐졌다. 이날 몇몇 반대추진위 측 사람들은 확실한 자기정치를 했다. 그들은 화가 난 시민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한편이 되어 한정애 장관 등의 설명회가 진행되지 못하게 했다. 대한민국은 시스템으로 존재한다. 그 시스템은 법률에 의한 통제 받고, 국민들은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대의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설명회장내에서 대의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자기 정치하는 사람들만이 존재했다.

 

두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낸 입장문도 마찬가지다. 그 입장문이 6월 24일 이전이라면 그들의 입장문이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24일, 이미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이 통과가 됐다. 만약 이러한 사안을 뒤집으려하는 진정한 노력이 있었다면 두 국회의원이 설명회장에 참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차원에서 낙동강통합물관리지역인 경남 합천 등과 연대 투쟁 등을 벌일 것을 제안하고, 두 국회의원을 비롯한 시도의원들이 반대 투쟁의 선봉에 서야 했다는 것이다. 모두들 계산된 자기 정치를 하고 있었다.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찬성 측에 가담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세용 구미시장이다. 모 언론의 7월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장 시장은 그날 단상에 앉을 계획이었지만 장 시장 측의 요청으로 방청석에 앉게 됐으며, 시청의 한 담당자는 시민의 입장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앉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당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얘기한 8조 3천억 원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나왔단 말인가? 이미 장세용 시장은 찬성을 염두에 두고 그러한 조건을 달지 않았는지 의심이 가는 정황이다. 그 날 장 시장은 참가한 시민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장세용 시장이 찬성한다면 당당히 찬성의 이유를 밝히고, 반대했다면 반대의 이유를 밝혀 구미시민들의 중지를 모아야 했었다는 것이 여론이다. 14일 땡볕에서 시위하던 시민들의 피와 땀의 무게를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환경부 등이 주최한 구미지역 설명회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지금 상황으로는 구미시민들은 기본적인 설명조차 듣지 못한 채, 정부와 대구시 등이 주도한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대로 따라 갈 수밖에 없게 된 꼴이다. 여론조사를 해보자는 사람하나 찾아 볼 수 없었고, 해평 취수원 앞에 흐르는 낙동강의 수량이 1일 1천만 톤이 되는지 확인해 보자는 사람 한 명 없었으며, 정말 대구로 물이 간다면 하루 30만 톤의 물이 정확히 가는지 어떻게 계측할지를 궁금해하는 사람하나 없었다.

 

기자의 눈에는 지역 주민을 볼모로,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을 빌미로 자기정치만 펼치는 사람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공정과 정의는 고사하고 진정 구미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생각이다. 구미시민들과 국회의원, 시장, 시도의원 그들이 서로 만나 서로를 이해시키고, 설득하여 이해 점을 찾는 것, 그것이 정치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냉철한 이성의 판단아래 뜨거운 가슴으로 구미의 미래를 걱정해 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자기 정치를 넘어 구미와 구미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을 바라는 것이 지나친 욕심인가? 진정 구미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립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다. 두 갈래로 갈라질 것이 아니라 구미시민의 단합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대구경북저널티브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