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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砥柱中流22] 상녀부지망국한, 격강유창후정화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1.03.21 11:21 수정 2021.04.04 13:42

상녀부지망국한, 격강유창후정화

                              -소설가 정완식

 

 대중을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게 만들어 정권 유지를 도모하려 정책을 3S라 불렀다. 스포츠(Sports), 섹스(Sex), 스크린(Screen)이다. 확장된 개념으로 6S 정책이라 부르는 것도 있는데 Sake(이기주의), Speed(급속한 변화), Service(향락산업)이 포함된다. 여기에 TV, 게임산업의 팽창은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 혹은 획일화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24시간 틀어대는 연속극, 영화프로, 쇼프로, 뉴스는 부지불식간에 세대간, 남녀간의 갈등을 조장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 나이 많은 사람과 부자는 악한, 젊은 사람과 여성은 정의이라는 이분법으로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막장 패륜극에도 박수를 보내는 세태이다. TV는 확실히 바보상자가 맞다.

 

 한동안 미스트롯이라는 프로가 장안의 화제였던 모양이다. 트로트가 대세인지 트롯경연대회의 성격을 띤 프로그램 같은데 다방비평이 풍성하다. 가는 곳마다 누구는 어떻고 또 누구는 어떻고, 심사위원은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 자못 핏대를 올린다. 이만하면 중장년층의 화제거리로는 그만이다. 또 하나는 투표와 여론의 조작이란 비판이다. 한국에서 여론조작이나 투표가 공정하다는 인식은 하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말이 많다. 어차피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네 편이냐, 내 편이냐가 중요한 가치기준이 되어 버렸다.

 

 어느 할머니는 출연가수의 팬클럽에 가입해 CD 한 장을 몇만 원에 샀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약장사나 앵벌이 수준으로 발전했다. 미스트롯이란 프로그램은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판단을 마비시킨다. 그런 프로그램을 시청한 분들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좋아하는 가수의 과거야 어떻든 지금의 연출된 모습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다. 열심히 행사장을 쫓아다니는 정열로 학교에 다녔다면 아마 명문대에 들어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떠오르는 시가 있으니, 천년 전에 시인 두목(杜牧)이 읊었다.

 

 商女不知亡國恨-술장사치 계집은 나라 망한 한도 모르고

 隔江猶唱後庭花-(이 밤도) 강 건너에서는 후정화를 부르네.

 

후정화는 「옥수후정화(玉樹後庭花)」를 가리킨다. 남조(南朝) 때의 진후주(陳后主) 진숙보(陳叔寶)가 지은 것인데 나라가 망하는 순간에도 이 노래와 함께 주색에 빠져 지냈다. 그래서 ‘망국의 노래(亡國之音)’라 불리기도 한다. 시 전체도 그렇지만 마지막 두 행은 상당히 뛰어나다.

 

花開花落不長久-꽃은 피었다 지고 말아 오래가지 못하고

落紅滿地歸寂中-붉은 꽃잎 땅에 져서 고요히 (흙으로) 돌아가네.

 

 나라를 망친 황제나 권력자 중에서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자가 많다. 꽃은 오래가지 못해, 온 천지에 붉게 떨어져 생애를 마친다는 시를 지어놓고는 자신과 나라가 그렇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일까?

 지금 미스트롯이니 하는 경연프로그램이 옥수후정화와 다른 게 손톱만큼도 없다. 환락에 빠져 나라가 망하는지, 흥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다시 두목으로 돌아가 보자.

 

江東子弟多才俊-강동(江東)의 자제에 숨은 인재가 많다 하나

捲土重來未可知-흙먼지 일으키며 다시 돌아지도 알 수 없나니.

 

 먼 훗날, “그때 경북, 구미에는 사람도 없었는가?”라고 물을 때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그래도 ‘고민 정도는 했다’는 부끄러운 대답을 하고 싶으면 미스트롯 중간에 불룩한 배와 근육 빠진 다리를 흔들며 “아싸 야로!” 하는 추임새를 넣을 때가 아니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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