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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영광의 구미’ 이대로 좌절하는가?

임호성 기자 입력 2021.02.22 09:33 수정 2021.02.22 09:41

-수출 6년 연속 200억 달러대, 천안은 2020년 578억 달러
-예산 2021년 1조1691억원, 김천은 1조1200억원, 포항은 2조4385억원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6G 산업을 구미 대표 산업으로

일본은 1990년에 멈추었다. 한 때 세계 증시의 31%(2조9천억 달러)와 세계 1000대 기업 중 341개사를 가졌던 일본은 2021년 현재 7조4천억 달러로 세계 증시의 6.8%, 그리고 세계 1000대 기업 중 77개사만 유지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인들은 이 기간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 부르고 있다.

↑↑ 금오산에서 바라본 구미시가지

구미시 역시 201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 내륙 최고의 산업단지를 구가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지표에서도 입증된다.

 

먼저 구미의 수출은 지난 2013년 367억 달러 수출로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한 때 대한민국 전체 수출의 10.6%를 차지하며(2005년) 고공비행을 했다. 2005년(304억 달러)을 시작으로 2014년 325억 달러를 수출하면서 매년 꾸준히 300억 달러(2009년 제외)를 돌파했다.

 

이 기간 구미지역의 총생산액 역시 2014년 29조, 2016년 28조, 2017년 36조원 등을 기록했다. 또한 이러한 경제 환경을 뒷받침하던 구미시의 세출예산도 2013년 9160억원, 2014년 9511억원 등을 기록하며 말 그대로 구미시 전성시대를 열어가는 듯 했다.

 

그러던 구미 수출이 2015년 273억 달러에 머물더니 2020년까지 247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구미 수출은 더 이상 300억 달러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구미의 수출 라이벌이었던 천안의 경우 2005년 수출 270억 달러에 머물렀지만, 2018년 654억 달러를 수출했고, 2020년에는 수출 578억 달러를 유지했다. 천안은 현재 구미의 두 배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또한 구미의 세출예산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9년 동안 9천억원대와 1조원대 초반 언저리에 머물던 사이, 2013년 5820억원으로 구미의 63.5%에 불과했었던 구미의 이웃시인 김천은2021년 1조1200억원의 예산을 기록했다. 구미의 2021년 예산은 1조1691억원에 머물렀다. 포항의 경우 2021년 예산은 2조4385억원을 기록하며 수치로 판단하면 구미의 두 배 이상이 됐다. 그러는 사이 2018년 총생산액이 2017년에 비해 무려 2조2천여억원이 줄어든 33조원 대에 머무른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18일 있었던 국가투자예산 확보 보고회를 살펴보자. 신규사업 총69건, 총사업비 7조 2,486억원(2022년 국비 3,164억원)에 대해 정부 정책과의 적합도, 사업 타당성 및 실현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는 단서가 붙였지만 R&D분야 ▸스마트그린산단조성 593억원, ▸강소연구개발특구 육성 60억원, ▸로봇직업혁신교육센터 구축사업 43억원, ▸반도체 융합부품 혁신제조 플랫폼 구축 42억원, ▸VRㆍAR디바이스개발지원센터 구축 32억원, ▸3D전자약물스크리닝 국산화 플랫폼 구축사업 30억원, ▸홀로그램 디바이스 개발지원센터 구축 20억원, ▸소프트웨어 기반 지능형 SoC모듈화 지원사업 15억원 등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이러한 정부정책과 타당성 등 실현가능성 등은 2013년부터 2020년 사이에 다 끝나있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생각이다.

 

당시 9천억원대와 1조원 초반대의 예산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서 구미의 미래 정주환경과 차세대 성장산업을 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예산을 더 확보한다 해서 구미의 경제 환경을 도약시킬 수는 없었겠지만 최소 미래 산업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한 것은 아니었냐는 것이 시민들의 판단이다. 또한 실패한 탄소산업특구 지정 등 구미시도 할 말은 많겠지만, 구미는 2021년 현재 타겟화된 사업 없이 지금까지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은 탄소산업을 위해 15년간 공을 들였다는 발표가 있기도 했다.

 

구미산업공단의 많은 기업들과 산업들이 존재했지만 구미의 성장을 이끌어 온 것의 핵심 산업은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산업이다. 그러나 이제 그 산업들은 타지로 떠나고 “현재 구미의 차세대를 이끌어나갈 성장산업과 주력기업이 없다”는 푸념들이 많은 시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구미는 현재 20세기 전자산업의 포스트 비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미가 확실한 포스트 산업의 부재를 여실히 들어내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진단하면서 “이제 하나의 전략기반을 선택해서 새로운 Made in Gum 시대를 열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문제는 선택을 통한 집중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Made in Gumi’라는 말은 세계와의 경쟁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구미는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이 필요한 때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 산업의 기반으로 전기자동차(배터리 등)와 6G(6세대이동통신) 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전기자동차 산업과 6G 산업은 미래 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은 LG화학이 투자를 결정해 놓은 상태이다. 또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6세대(6G) 통신기술과 인공지능(AI) 연구개발 현황 등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미래 기술 확보는 생존의 문제이다. 변화를 읽고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삼성은 이미 6G 산업 시대로 진입한 상태이다.

 

구미는 그동안 섬유와 전자산업을 통해 대한민국을 선진국 대열에 합류시킨 장본인이며, 그러한 것이 바로 수출 등의 결과물로 나타났다. 이제 구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할 때이다. 정부에서 IMF 시대를 극복해 준 구미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구미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전철을 밟아 이대로 주저 않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여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안착시킬 것인지의 기로에 서있다. 다른점은 일본은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선진국이지만, 구미는 어쩌면 석탄산업으로 활황기를 맞았던 경북과 강원도의 일부시군처럼 도태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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