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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砥柱中流16] 상(賞) 남발의 시대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1.01.31 15:26 수정 2021.04.04 13:40

상(賞) 남발의 시대

              -소설가 정완식

 

 얼마 전, 남의 소설과 노래 가사를 표절해 다수의 문학상을 받은 사람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다. 공모전 수상 규모는 30개가 넘었고 상금으로 자동차를 사서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이중 김민정 작가의 단편소설 「뿌리」를 온통 베낀 작품은 5개 문학상을 탔다. 문학뿐만 아니라 사진 역시 공모전에서 늘 문제가 되는 분야이다. 포토샵을 통한 합성이 대표적인 속임수이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뚜렷한 공로가 있거나 우수한 작품과 공로자를 심사해 상을 주는 제도가 있다. 상이란 주는 사람 기분 좋고 받는 사람 기분 좋으니 그리 나쁠 게 없지만, 심사과정의 공정성과 희소성을 전제로 한다. 대충 심사하고 우리 편에게만 마구잡이로 수여하면 상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봐야 한다.

 

 광복회는 최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게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수여했다. “친일파 재산 국가귀속에 공이 있다”는 이유였다. 최재형기념사업회가 이미 상을 제정했지만 광복회는 이들과 따로 상을 만들어 수여한 것이다.

 

 김원웅 씨는 광복회장에 취임한 2019년부터 ‘우리시대 독립군상’, ‘단재 신채호상’ 같은 각종 이름으로 상을 만들어 설훈·우원식·안민석 국회의원, 은수미 성남시장, 유튜브 서울의 소리 대표 백은종 씨 등에게 상을 나눠 주었다. 뿐만 아니라 반민족 행위자 파묘를 주장한 경기도의원,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건립을 지원한 종로구청장 등 민주당원들도 상을 받았으니 광복회는 상을 만들어 주는 단체로 전락해 버렸다. 광복회는 선열의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민족정기 선양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특정 정파의 전직 국회의원이 회장이 되면서 광복회를 정치에 오염시켜 버렸다.

 

 김 회장은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승만이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안익태 선생을 민족 반역자라고 칭하며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저지하려고 운구차량을 가로막았다.

 

 그는 박정희 정권에서 민주공화당 당료로 사회에 나왔다. 당시 당료는 상당히 좋은 자리여서 고시를 합격한 것과 비슷한 사무관 정도의 지위였다. 민주공화당에 취직하면서 그는 총재였던 박정희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짐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는 민주정의당에서 국장까지 지내고 민주당,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을 오가며 국회의원이 되었다. 만주국 중·대위를 친일이라고 매도했던 그는 변신을 스스로 ‘생계’라는 핑계를 댔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다족류처럼 허물을 벗어 던지고 반일을 부르짖으며 광복회장이 되었다. 이후의 길은 아는 바 대로 반일은 물론 “박근혜보다 항일무장 투쟁한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자란 김정은이 낫다”며 종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김 회장이 상을 제정하는데도 전문가가 되었으니 상의 권위야 말해 무엇하랴.

 

 상 중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것은 아무래도 훈장이다.

 북한의 행사 동영상을 보면 군 수뇌부의 경우 휘황찬란한 차림새를 하고 있다. 최고 권력자의 허락이 없으면 은퇴도 하지 않는 체제여서 근육이 빠져 곧 쓰러질 듯한 노인네의 군복에 주렁주렁 훈장을 매달아 놓으니 쇳조각에 치여 죽을 판이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난 걸 생각해보면 전쟁터에서 얻은 무공훈장은 아닐 테고 근속 등의 훈장인 모양이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전쟁터에 나가도 총알이나 파편이 스며들 여지가 없으니 방탄 역할은 충분히 할만하다고 느낀다.

 

 무능한 세력이 민심을 달래려고 훈장을 남발하거나 자기 정치를 하려고 상을 뿌리면 받은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모두 희화화되기에 충분하다. 상 받는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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