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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砥柱中流9] 공수처와 동창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0.12.13 14:09 수정 2021.04.04 13:37

공수처와 동창

         -소설가 정완식

 

 명나라 말기 위충현(魏忠賢)은 정보기관 동창(東廠)의 우두머리였다. 동창은 집권한 영락제가 정통성 시비에 시달리자 반대세력을 감시하려고 만든 조직이다. 점점 힘이 커져 정보를 수집하고 체포하고 형을 집행하다보니 사법기관보다 수십 배나 세력이 커졌으며, 또한 잔혹하다보니 동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벌벌 떨게 했다.

 

 이 조직의 두목들은 악명을 날리며 나중에는 황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휘둘러 명나라가 멸망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황제 독재체제와 쿠데타의 결합이 낳은 기형적인 조직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무능한 집권자와 아부배들의 전형적인 망국공식이다.

 

 북한은 헌법과 형법으로는 법원의 독립을 보장하지만 판사 임명은 조선노동당에 있다. 법원은 재판 전에 노동당에 결과를 먼저 통보하고, 재판 전에 형이 결정되기도 한다. 중국 역시 정부 위에 공산당이 있으므로 사법부도 예속되어 있다. 모든 재판은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진행된다. 일당 독재 국가의 전제군주식 사법제도이다.

 

 우리는 삼권분립이 이뤄져 서로 권력을 견제하며 국가를 이끌어간다. 때문에 정치적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될 정부기관은 헌법기관이 되어 있고 개헌으로만 변경할 수 있다. 이를 강제로 무력화하거나 변경하면 내란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작년 12월 30일 희한한 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12월 10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소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이다. 헌법에도 없는 이 이상한 수사기관은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광역시장과 도지사 등 각종 헌법기관의 구성원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 7천여 명을 수사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시킨 이 법은 독재라는 말로도 부족한 육식공룡처럼 법치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괴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법은 대통령이 몇 번이나 통과를 강조한 탓에 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공수처장을 임명하지 못하자 한 번도 시행하지 않은 법을 개정하고 나선 것이다.

 

 검찰총장에 윤석열 검사가 임명될 때는 “우리 검사님”이라 했고, 추종자들은 윤석열의 의혹들에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자 두 팔을 걷어붙이고 편들고 나섰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된 윤석열이 조국 전법무부 장관 수사와 울산시장 부정개입 사건, 라임과 옵티머스 금융사기 사건을 거쳐 원전수사로 접어들어 청와대의 개입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표변했다. 입이 닳도록 칭찬하던 검찰총장에 대한 태도는 변검술사처럼 얼굴을 바꿔 어떻게든 끌어내려고 10여 년 전의 장모사건을 떠들어 망신을 주었다. 그래도 안 물러나자 법이고 과정이고 필요 없이 징계위원회를 열고 끌어내려 하고 있다. 더불어 이 모든 검찰 수사 사건을 덮기 위해 공수처를 서둘러 출범시키려 개정한 의심을 받는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공수처장이 초헌법적인 권한이 집중되어 있으니 무엇으로 견제할 것인가? 대선에 욕심이 있는 공수처장이 임기가 지났거나 현직 헌법기관의 장을 수사해 국민에게 정의롭다는 신파극을 연출한다면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입시비리의 전 법무장관, 탈영의혹 아들이 있는 현 법무장관, 더 나아가 울산시장 선거 불법개입, 금융사기 사건, 원전사건 관련 청와대 인사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국민들은 환호할 것임을 잘 알고 있으리라. 그는 단숨에 대권주자로서 입지가 강화될 것이고 상대편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공수처장의 칼날이 힘없는 야당을 친다고 해서 정의감이 먹혀들겠는가? 권력에서 내려온 부정한 권력자들의 목을 치는 일이 더 환호 받는 일임을 모를 바보가 있으랴. 양호유환(養虎遺患)이 될 괴물을 탄생시켜 버린 권력자가 안타까울 뿐이다. 더 안타까운 건 제 한 몸 안위 때문에 민주주의를 파괴한 무능이다.

 

 동창의 우두머리인 위충현 역시 권력을 잃은 후 시체는 조각조각 찢겨 졌듯, 권력은 칼날이 예리할수록 자신의 목에도 예리한 법이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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