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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9> 국민과 반대로만 가는 여야 당대표 리스크

대경저널 기자 입력 2022.02.28 19:19 수정 2022.02.28 19:23

국민과 반대로만 가는 여야 당대표 리스크
                                      -소설가 정완식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후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비난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역사적, 정세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강대국의 침략행위는 비난받기에 충분했다.

 
뜻밖에도 이 전쟁은 국내 선거에 파장을 불러와 국가안보 문제로 비화되어 여당과 야당의 극단적인 시각 차이를 보이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현재 선거판세는 여론조사로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이 사람들은 피부에 닿는 여론과 조사결과가 약간 괴리가 있다고 인정하지만 누구나 불안한 느낌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판세가 안개속에 빠지자 많은 정치인들이 정제되지 못한 말을 쏟아내며 수준 낮은 정치의 극단을 보여주었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거나 어젯밤의 말이 오늘 아침에 뒤집히는 현상으로 유권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기대하는 몇몇 정치인이 앞장서서 무리한 말들을 쏟아내면서 역겹기까지 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야당을 불안한 상태로 이끈 사람은 당연히 당 대표이다. 처음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가출을 감행해 상승 중이던 야당 후보의 지지율을 급락시키더니 사사건건 야권 단일화에 반대함으로써 지지자들이 분노했다. 단일화를 해야 할 후보를 조롱하기를 일삼더니 뒤로는 자당 후보 몰래 상대 당 선거대책위원장과 합당을 논의한 것이 폭로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중플레이를 한 면모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야당 단일화를 막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우며 국민을 실망의 극단으로 몰아넣었다.

 
여당의 대표도 손색이 없었다. 그는 민주당 긴급 안보경제 연석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심각한 민간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의 현장에 가서 포연에 그을린 소주병을 들고 “진짜 폭탄주”라는 말을 함으로써 빈축을 사더니 ‘연평도의 호국훈련에 자극받은 북한이 우리 군의 포진지에 집중 공격을 했다’며 북한을 자극해서 일어났다는 뉘앙스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 1월의 멸공 논란 당시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멸공통일 주장이 북한에 남침의 핑계거리만 제공했다며 비난을 자초했다. 이런 ‘원인제공론’은 여당 대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당 전체를 대변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지난 24일 오전, 여당 후보는 충주 유세 현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지구 반대편 남의 나라 일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로 우리나라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5일에 열린 대선 2차 TV토론에서는 여당의 후보는 제1야당 후보의 정치경력을 비판하면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를 언급했다.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며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원인제공론’을 들먹였다.
여기에는 일제히 후렴구가 따랐다. “재명이를 키운 누나” 추미애 전 대표도 “지도력이 부족한 코메디안 출신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나토 가입을 공언하여 감당하지 못할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며 페이스북에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장관,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 무소속 김홍걸 의원 등이 ‘원인제공론’에 동조하거나 여당 후보를 두둔했다. 최민희 여당캠프 미디어특보단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구한말 무능부패한 왕과 조정이 일제 침략을 못 막았듯 준비 안 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때문에 우크라이나 국민이 희생되고 있다.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고 함으로써 우리 역사까지 ‘원인제공론’을 몰고 갔다.
여당 후보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책임론은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해외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 누리꾼은 “젤렌스키는 미국의 대피 제안에도 우리 국민과 함께 수도 키예프에 남아 있다”며 “만약 그(이재명)가 대통령이 된 후 북한이 쳐들어온다면 서울에 남아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분단 국가인 우리의 안보문제에 결부돼 사드배치를 두고 격론을 벌이는 가운데 여당 후보와 당 대표가 보여준 인식의 문제는 선거의 승패를 가를 시금석으로 보인다.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간 듯하다. 야당은 후보 단일화의 가장 큰 방해자인 당 대표에 대한불안감이 사실로 나타나 안철수 후보의 완주로 결론이 났다. 개헌을 통한 다당제와 책임총리제를 내민 여권에 흔들린 듯한 안철수 후보도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바람에 등을 돌렸다. “민주당 스파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단일화를 결사적으로 가로막은 야당 대표와 사실상 같은 동지임을 증명하며 민주당 부역자의 길을 가는 것을 의심할 바 없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후보가 범여권에 둘러싸인 지금, 의원총회 때 당 대표를 제거하지 못한 일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는 구태의연한 정치를 몰아내려면 국민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대경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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