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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8> 사병(私兵)은 권력자의 재산

대경저널 기자 입력 2022.02.21 10:01 수정 2022.02.21 10:21

사병(私兵)은 권력자의 재산
                     -소설가 정완식

과거 호족은 넓은 농토와 농민들에 대한 조세, 부역 등을 권력의 기초로 삼았다. 권력을 뒷받침하는 무력은 호족이 장악한 경찰권, 즉 사병집단이었다. 국난을 맞거나 반란을 일으키려면 당연히 호족 자신의 사병집단을 동원했다. 국군의 개념이 아니었던 조선 이전에는 거의 모든 군대가 사병집단으로 유지됐다. 고려 무신정권의 국군 역할을 한 삼별초도 시초는 최씨의 야별초(경찰)였던 것이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구를 격파한 명나라 척계광(戚繼光)의 군대도 국군이 아니라 “척가군(戚家軍)”이며, 태평천국을 진압한 “상군(湘軍:호남군)”도 국군이던 만주팔기군을 대신해 호남에서 증국번(曾国藩) 개인이 끌어모은 지방군대였다. 이런 군대는 주로 세금으로 주는 박봉과 보상차원에서 주는 점령지에 대한 약탈권이었다. 싸움에서 승리한 후 최대의 표창은 “사흘간 칼을 넣지 않아도 된다”는 명령으로 점령지 약탈의 묵인이었다.
왕조시대의 특성상 사병은 양날의 칼 같은 존재였다. 적당히 보유하면 권력의 기초가 될 수 있지만, 너무 과하게 보유하면 반역의 누명을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장관재임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명을 안 따른다”고 했다. 김승남 의원은 지난 18일 목포유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을 안 했다며 “조선시대에 왕명을 거부하면 삼족을 멸했다”고 했다. 정권을 개인 왕조로 삼아 말을 안 듣는 공무원은 역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현대에도 지방 권력이 공직을 장악해 호족행세를 하고 공무원을 가노(家奴)나 사병처럼 부리는 일이 있다.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는 가정비서에 5급 사무관과 7급 공무원을 별정직으로 임용해 하인처럼 부렸다. 그들에게 온갖 갑질을 일삼고 주말에도 일을 시켰으며 심지어 속옷까지 정리시켰다고 한다.
또 엄청난 공금으로 음식들을 배달해 먹었는데 얼마나 많은 양인지 심지어 ‘기생충’이 함께 살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도 받았다. 별정직 5급과 7급을 순전히 김혜경 씨만을 위해 써먹는 기막힌 용인술은 물론 비용은 경기도 공금을 썼다는 의혹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015년 3월 26일, 하루 동안만 21차례 법인카드를 사용했는데, 점심 명목으로 9번, 저녁에 9번 395만 원어치를 결제했다. 그것도 모자라 예하 부서에서 업무추진비를 거두어 썼다는 것이다.
업무추진비로 산 음식들은 누가 먹었을까 하는 의문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와중에 이 후보의 아파트 바로 옆집을 재작년부터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전세로 계약한 사실이 언론에 의해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 계약 당시 GH사장은 ‘리틀 이재명’으로 불린 이 후보의 최측근 이헌욱이란 사람이었다. 이헌욱 GH사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옆집을 빌어 무슨 일을 했던 것인가?
공사 측은 직원 ‘합숙소’이며 옆집에 이 후보가 살고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 GH의 직원 합숙소는 14곳으로 3인용 합숙소가 가장 많았다. 3인용 합숙소는 전용면적 기준 59㎡였고, 전세보증금은 많아 봐야 3억 원대 중반이며 4인용도 4억 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의 분양면적은 200.66㎡(약 61평), 전용면적 164㎡(약 50평)이다. 이곳에는 GH 수원 본사가 아닌 판교사업단 소속 직원 4명이 묵고 있었다고 밝혀졌다.
GH직원의 폭로로는 이헌욱 GH사장은 “이재명 도지사의 후계자로 알려져 있다”며 “작년부터 이재명 지사님 지시로 직원들에게 대선 공약을 만들라고 지시하신다. 본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내정돼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굳이 그 많은 음식을 누가 먹었는지, 이 후보의 옆집 60평 아파트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는 청지기격인 배 사무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물어보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가게 돼 있다. 드러낼 수 없는 비공식 조직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언론은 민주당 내부에서 국민의힘에 제보한 내용이라고 전제한 뒤 경호인력 4, 5명이 살았다고 한다. 후보 경선기간 동안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나 윤석열 후보에게는 없었던 경호비용 1억 6천여만 원을 신고한 것을 보면 그 제보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도지사가 무슨 잘못이 그리 많아 경호원을 채용했겠는가? 경호원은 남에게 위압을 주기 위한 과시용이나 제사람 월급주기에 다름아니다.
경기도 공무원을 가사 심부름꾼으로, 청지기 대우로 쓴 것과 함께 공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게다가 경호원 의혹이 사실이라면 GH 직원과 숙소를 개인 위세를 위해 사용했음을 가릴 수 없게 됐다. 경기도 일부가 이재명 전 지사의 사병집단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대경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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