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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4> 권력의 장신구가 된 법치

대경저널 기자 입력 2022.01.24 09:07 수정 2022.02.07 08:27

권력의 장신구가 된 법치
                   -소설가 정완식

작년에 조해주 씨와 나란히 화려한(?) 명성을 떨친 사람은 권순일 씨이다. 임기가 종료됐는데도 이임하지 않고 뭉그적거리며 미련을 가지던 중앙선관위원장 권순일은 2020년 대법관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발언이 심리에 포함돼 있던 이재명 당시 경기도 지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해 무죄를 받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재명 후보는 재판에서 유죄가 됐다면 대선에 나올 수 없었다. 김만배 씨가 이 재판 전후로 권 대법관을 8차례나 찾아갔다고 한다. 재판 관련자를 대법관이 8차례나 만났다는 것은 두 번 말할 필요조차 없다.


권 대법관은 퇴임 후 대장동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에서 변호사 등록없이 거액의 자문료를 받고 일한 사실이 드러났다. 권 전 대법관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폭로·주장한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 6명, 이른바 ‘50억 클럽’에도 포함돼 있다.
변호사법 위반과 공직자윤리법으로 재판에 넘어간 권 전 대법관의 사건은 검찰에서 100일 동안 뭉개고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기각했다. 수사를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경찰도 뭉그적거리게 될 것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사건은 사법부가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이다. 가장 명예를 지켜야 할 대법관이 돈을 받고 재판을 거래했다면 사법부의 명예도 땅에 곤두박질쳐 흙투성이가 된 것이다. 게다가 총선 부정관련 재판은 대법관들이 깔고 앉아 진행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도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 문재인 캠프 출신이었던 조해주 씨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에 임명될 때부터 엄청난 지탄에 직면했다. 이 정권은 국민의 의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냉큼 임명했다. 이번에 다시 임기 3년의 상임위원의 임기를 만료했지만 비상임위원의 3년 더 직을 유지하게 되었다가 엄청난 내부반발에 직면했다.
당초 임기가 다 된 조해주 씨는 슬그머니 눌러앉았다가 중앙선관위 직원 2천9백여 명이 전원일치로 반발을 일으켜 쫓겨난 셈이 됐다. 하위 공직자들이 고위공직자를 쫓아낸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이었다. 중앙선관위 직원들로서는 아주 모욕적인 정치적 중립저해라고 인식했던 것이다. 조해주란 이름이 중립적이지 않은 사실을 내부에서도 인정한 셈이다.

중앙선관위원이 된 조해주 씨의 사직서를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는 잡지 못하고 수리했다. 당초 중앙선관위는 총 9명의 위원 중 여당 추천이 8명, 야당 추천은 1명이었다. 일방적인 구성인 데다 선관위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노정희 씨, 상임위원은 조해주 씨였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야당 몫으로 추천한 문상부 위원은 임명이 미뤄지더니 조해주 씨가 물러나자 본인도 사퇴해 버렸다.

 
사실 조해주 씨는 민주당과 위성정당이 180여 석을 얻는 지난 총선에서 상당수 국민으로부터 “부정선거”의 주모자로 지목됐다. 야당의 일부 낙선 인사들과 국민, 일부 유튜브들은 구체적인 부정선거 투표지를 증거물로 제시하며 부정투표와 재검표를 요구했다. 이 중심에는 문재인 캠프 출신인 조해주 씨가 있었다.
불신받는 중앙선관위는 야당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도 개입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후보 경선을 중앙선관위에 위탁해 버렸다. 부정선거를 부르짖던 황교안 후보가 이를 폭로하자 오히려 정홍원 위원장은 “중앙선관위의 신뢰와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했다.

 
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중앙선관위에 위탁한 당 대표도 경선 당시 여론조사 역선택, 위장 입당을 통해 당선되었다는 의심을 받았다. 때문에 이준석 당 대표와 정홍원 당 선관위원장 역시 그리 신뢰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만큼 중앙선관위는 온통 불신과 의혹을 안고 있었다. 때문에 부정선거를 제기한 황교안 후보는 당연히 떨어지고 윤석열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상당히 고전을 치렀다.
조해주 씨와 권순일 씨의 여독이 남아 있는 정권 일변도의 중앙선관위가 이번 대선을 어떻게 치를 수 있겠는가? 과연 대선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을 것인지,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4·19를 촉발한 3·15 부정선거는 투표함 바꿔치기, 야당 참관인 쫓아내기, 금권투표, 협박, 죽은 사람 명의의 투표, 개표부정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원인 제공자가 최인규 내무부장관, 하부 실행자가 임화수였다면 지난 총선에서는 일부 사람들의 뇌리에 누가 떠오르고 있는가? 그때 받은 공정성 의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선관위 직원들이 조해주 씨를 축출했으니 이번 대선은 공정히 치르겠다는 결심을 손톱만큼 보였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국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또다시 국민의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한다면 제2, 제3의 최인규라는 불행한 이름이 청사를 더럽힐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기붕은 누가 될 것인가?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대경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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