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砥柱中流37] MOU는 홍보용 사진을 찍는 수단인가?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1.08.23 08:41 수정 2021.08.23 09:17

MOU는 홍보용 사진을 찍는 수단인가?

                                     -소설가 정완식

 

양해각서 혹은 업무협약(Memorandum of Understanding), 즉 MOU는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행정기관 또는 조직간 양해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로, 보통 법적 구속력은 갖지 않는다. 미리 사업 수행에 앞서 신뢰를 확인하는 정도로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약속이다. 정보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허가나 결의 등이 필요한 경우에 체결한다.

 

다만 MOU는 계약을 체결하기 전 의견을 조율하는 수준의 문서에 불과하다. 최악의 경우 이해가 맞지 않으면 찢어버려도 무방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심심치 않게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아주 기업체 유치에 성공한 것처럼 선전을 해댄다. 옆에는 당연히 숟가락을 얻는지, 중매쟁이 역할을 했는지 광역단체장도 함께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적으로 조명받을 기업이라면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그분이 옆에 서서 자신의 치적인 양 웃고 있을 것이다. 선출직의 홍보에는 체급이 따로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공단을 가진 구미시라고 예외가 될 리 없다. 우선 문화사업으로는 20019년 7월의 ‘레저스포츠 페스티벌 인 구미’를 낙동강 체육공원에서 열기로 국민체육진흥공단과 MOU를 체결한 바 있다. 2020년에는 도레이사와 야간경관 조성을 위해 체결했던 적도 있다.


현 시장이 임기를 시작한 2018년 7월 쿠어스텍코리아와의 MOU 체결을 시작으로 지난 10일 대진기계와 400억원 규모까지 적게 잡아도 총 10여 건에 금액은 1조1천6백30억여 원을 웃도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년과 올해는 각각 4건과 1천2백60억 원, 2천7백억 원으로 상당히 활발한 실적을 보였다.


그 중 현재까지 총 얼마의 투자유치를 이루었는지 상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다. 왜냐하면 MOU 체결 당시만 해도 사진을 찍고 요란하게 언론에 홍보를 했기 때문에 시장이 일을 잘하는 것으로 알았지만 그 뒤의 순서는 세세하게 잘 알려 주지 않는다. 당뇨, 암에 특효인 약이 임상실험에 성공했다느니 모더나 수천만 명분을 계약했다느니 보도되지만 결과가 없는 경우와 비슷하다.


산업스파이와 체결한 부작용도 있었다. 2018년에는 모(某)기업과 1천2백억 규모의 MOU를 체결한 바 있는데, 이 회사는 12월 말에 수출용으로 위장 설립한 협력업체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 패널 도면 등의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임직원 등이 구속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 17일 LG디스플레이는 파주사업장에 총 3조3천억원을 투자해 6세대 OLED 생산설비를 구축한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파주에 빼앗긴 구미로서는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구미에서 발을 뺀 LG디스플레이는 사업장과 비산복지관을 매물로 내놨다.

 

다행히도 LG화학이 세계 유일 배터리 4대 핵심 기술개발로 2025년까지 6조 원을 투자해 제5산업 단지에 연 6만톤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려고 2만 평에서 3만 평으로 늘려 올해 말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란 점이다. 반도체와 맞먹는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볼 때 구미로서는 상당히 위안을 받는 사업이다. 제5단지는 국제신공항 개항과 함께 항공기로 수출해 해외공장에서 조립하기에 입지조건이 유리한 점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

 

LG화학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산업 역시 입지조건을 앞세워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장세용 시장 취임후 수조원 대의 MOU가 뜬구름 잡는 기대감만 제시하는 홍보용으로 전락시키지 말고 내실있는 기업유치 보증서가 되어야 한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대구경북저널티브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