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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砥柱中流34] 녹슨 칼도 사용할 곳이 있다

지비저널 기자 입력 2021.08.01 10:44 수정 2021.08.01 10:48

녹슨 칼도 사용할 곳이 있다

                         -소설가 정완식

 

청나라 말기 무술년(1898) 광서제의 개혁에 앞장선 이는 강유위(康有爲), 양계초(梁啓超), 담사동(譚嗣同) 같은 사람들이었다. 무력이 없는 그들이 끌어들인 사람이 원세개(袁世凱)였다. 신건육군을 훈련시키던 원세개는 당연히 배반의 길을 택해 무술변법을 좌초시키는 대신 출세의 가도를 닦았다. 강유위, 양계초는 달아나고 나머지 주동자들은 형장으로 끌려갔다.

 

공직자의 참수는 다섯 가지의 칼을 사용했다. 예리한 칼은 가벼운(?) 죄를 지은 하급관리에게 사용하고 대개 반역의 혐의를 쓰게 되는 고위관료에게는 톱날처럼 생긴 녹슨 칼을 사용한다. 고위관료일수록 쉽게 죽을 수 없이 고통을 겪으라는 일종의 화풀이 성격이다.

 

반역과 역적은 어감상 좀 다르다. 반역은 체제 저항적인 성격이지만 역적은 나라를 어지럽히려는 적국의 정책에 협조하는 어감이 든다.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A의 도입 반대활동을 한 시민단체 출신, 지역신문 대표 등 4명이 국정원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간첩’들이 변호인 교체를 이유로 법원에 영장실질심사 연기를 요청했다니 기막힐 노릇 아닌가. 이들은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들과 접촉한 뒤 그들의 지령을 받아 북한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최신예 기종인 우리 군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반대한 것이다. 역적무리이니 녹슨 둔도가 제격이다.

 

이들은 드러난 사례일 뿐이다. 해군기지 반대 같은 활동을 벌이는, 우리가 짐작하는 형태의 무슨 연대, 무슨 시민단체 등이 모두 그런 활동일 개연성이 높다. 몇몇 놈이 걸려든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전반에 걸쳐 구축된 반국가적인 조직이 뿌리 뽑힐 리 없다. 교묘하게 ‘민족이데올로기’를 앞세워 반일, 반미를 부르짖고 외교와 국방을 망가뜨리고 있다. 이들이 준동하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철모르는 여성들을 세뇌시켜 감성정치가 성공하게 하는 근시안적인 사회로 바꿔 버렸다.

 

모택동, 주은래의 공산군을 상대하는 중국 서부의 통치자로서 황포군교 1기생인 호종남은 ‘서북왕으로 불렸다. 서북의 군정대권을 장악한 호종남은 의외로 공산군과의 전투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황포군교의 선두주자인 호종남이 한낱 산적 패거리 수준에 불과한 공산군과의 싸움에서 진 원인은 부관 웅향휘(熊向暉)가 간첩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은래의 명령을 받은 웅향휘는 정체를 숨기고 12년간 정치·군사기밀을 공산당에 곧장 전달했으니 군사배치 같은 분야를 말하면 입만 아프다. 장개석 정부의 국방부 참모차장이던 유비(劉斐) 역시 장기 고정간첩이란 의심을 받는다.

 

현재 대만 정부는 전 국방부 부부장(국방차관) 장저핑(張哲平)을 중국 스파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봄에는 대만군 정보책임자를 지낸 장성급, 고위급 정보장교 4명을 기소했다. 군사기밀을 중국에게 넘겨준 역적죄였다.

 

우리나라는 군대를 약화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육군 참모차장이나 정보책임자인 장성급까지 첩자로 만드는 공산당의 첩보행태를 보면 의심의 여지가 많다. 얼마 전에 강원도에서 벌어진 미인계나 이국에 내보낸 청해부대의 코로나 감염에도 무관심한 권력층, 병사들의 식사문제를 통한 사기 저하, 전방의 병력감축에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 국산 전투기 KF-21 설계도면의 해킹 유출이나 태양광을 차려놓는 대신 원자력 인재는 유출하고, 코로나 지원금을 위해 국방예산을 삭감하는 경우를 보면 아무래도 녹슨 칼에 물을 더 뿌리고 날을 깨트려 무디게 만들어 둬야 할 것 같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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